밀림의 왕국 앙코르와트에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거대한 석조물들의 장엄한 미소가 아니라
검게 그을린 돌들만 지키는
문둥이 왕의 테라스이지요
거지 탁발승 시절 문둥이가 부처라고
깨달은 설악산 노스님이
거기에도 한 분 계셨던 것이지요
산이 높다 해서 명산이 아니요
사찰이 크다고 해서 명찰이 아닌 것처럼
밀림의 대제국을 지배하는 권력자가
자신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오직 한
스님의 목을 베자 하얀
핏방울 튀어 문둥병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밀림의 나무들이 뒤엉켜
왕국으로 가는 길을 사백 년이나
가로막아도
금빛 전각을 불태운 작은 촛불처럼 가볍게
바람의 메아리 타고 나가
천하무적의 왕이
휘두른 덧없는 칼날의 이야기를
꺼지지 않는
쉰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소곤거려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