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버섯투성이 부도 위로 살그머니 내려 쌓이는
함박눈
허공이 하아 하고 입김을 토하다
함박눈 !
하고 허공의 함박눈을 불러 본다
쌓이다 말다 조용히
가려던 함박눈이
허공에서 남김없이 파선하듯
스스로 부스러지며 굴러 떨어진다
부도 속 조사가
부르다가 깨우치지 못한
허공의 소리 들었나 보다
몇 백 년 전
낡은 옷 벗고 간 조사가
함박눈! 하고
튀밥처럼
허공의 빈터 깨우던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진다
부도 속 조사가
검버섯투성이 낡은 옷 벗고
살 위에 함박눈
내려앉는 소리 듣는 순간
자기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깜작 놀라
고개를 돌리려다 멋쩍게 웃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