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버리려면 저자가 떠오른다.
책을 전하며 그들이 말없이 보내던
따스한 눈길, 또는
원고 쓰던 손끝의 악수,
저자가 다 죽었다는 오늘날
책 또한 다 사라지고
영상의 메모리만 떠 있다
책을 버린다, 책 주인도 사라진다
시집 속 시는 영 시시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헛된 불장난이고
평론가 강변은 변사의 요설이다
책을 버린다 저자 이름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이삿짐에서 묵은 책을 빼든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책 주인의 얼굴들도 스쳐간다
그들 모두 컴퓨터 부호가 된다
사람이 부정된다
책에 숨결 불어넣던
사람들 온기가 섞인
따뜻한 슬픔도 다 사라진다
모니터의 불빛 눈동자만
저자의 혼불 찾는
별 없는 사막의 해커처럼
테크노피아 천국을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