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떠도는 성긴 눈발들
등 뒤에 발걸음 서성거리게 하고
붉은 국물 엷게 밴
싱싱한 사발낙지 한 마리
살짝 데쳐
좌판 소주 한 잔에
바늘 침으로 집어 올릴 때
누린내 졸아드는 국물 위로
첫사랑 여자의
망설이던 눈동자 떠오른다
어깨에 쌓인 눈 툭툭 털어내고
살진 사발낙지 마지막
한 점 씹어 넘길 때
머나먼 바다를 떠돌던
방랑의 귀향자들아!
바다를 향해 작별의 깃발을 흔들어라!
자욱한 어둠이 먹물처럼 목구멍에 차오르면
얼얼한 얼굴에 부딪쳐 오는 찬바람
좌우로 가르며 선창가 걷는다
다가설 수 없는 그리움 껌벅이는
오징어 배 불빛
눈가에 가물거리고
빈 터
떠돌던 진눈깨비
불빛 환한 선술집 유리창에 몸 부딪쳐
참았던 눈물
터뜨리며 얼었던 몸 부르르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