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는 어두운 바람이
청량리역 시계탑 중앙광장에서
대각선으로 눈보라를 휘몰아 간다
자동차 길이 고압선 퓨즈를 녹이고
얼어붙은 심야
쏟아지는 눈발 뚫고
어디선가 눈꺼풀 비비며
모여들었던 방랑자들
끝내 또 다른 생명의 불씨 찾아갈 수밖에 없어
끼룩거리는 어깨 차칸에 싣고
태백의 등줄기 타고 내려
겨울 정동진에 가면
방랑자들의 발길 돌리려고
소리치듯 철길 가까이 몰려온
검푸른 파도가
커다란 이빨로 산허리 허물어
인생살이 이야기들을 삼켜 버린다
돌이키지 못할 쓸쓸함도
홀로의 인생을 견디는
또다른 방랑자를 만나기 위해
희망의 약속 찾아가는 것이리니
돌아보지 마라
앞으로 더 나아가라
겸허하게
자기를 받아들이라고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