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 끝에 내리는 겨울비
좌판 위 생선들 눈이 짓물러
붉게 물든
얼음 조각들이 뿌옇게 녹아내린다
떡 가게 처마에 매달린
호박 고지들이
용수철처럼 비틀어지다가 겨우
한숨 돌리는 축축한 겨울
어물가게 아주머니는 더 춥다고
두꺼운 담요 속으로
달팽이처럼 파고든다
수족관 개불도
힘없이 늘어져 흐느적거리고
비닐차일은
불룩하던 배에서
주루룩 빗물을 쏟아낸다
좌판 위 생태가
무거운 눈알 힘없이 내리깔고 돌아눕자
생선 날비린내가
훅 끼쳐와 나도 모르게
고개 돌리고
돌부리에 채인 것처럼 발걸음 빨리 놓는
돈암동 시장 골목길
상한 생선 내장처럼 구불퉁한
길바닥
생선비늘 같은 빗방울이 등위를 i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