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얼핏 깨어 새우등 구부리고
서리 묻은
오동나무 뿌리 베고 생각하니
고향집 벽에 걸려 있던
그림 속 고기잡이 노옹이
불쑥 나타나 말없이 웃고 간다
어젯밤 잠들기 전
오래도록 신선을 찾으려고
고서를 뒤적였던 탓일까
어릴 적 고향집
그림 속 흰 수염 노옹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눈감고 여기 누워 있는 것일까
꿈밖의 경계에서
나를 바라보는
반백의 내가
고향집 흐린 벽에 걸린
고기잡이 백발 노옹을 만나
옛 이야기 정겹게 나누면서
하룻밤을 호탕하게 지샌 다음
새벽잠 얼핏 깨어나니
고향집 그림벽은 사라지고
새우등 구부린 나는
한 생애 희귀한 물고기처럼
고기잡이 노옹에게 붙잡혀
여기에 당도하고 만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