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선 시인을 기리며
살아 움직이는 것들 죄다 얼어붙어
자동차도 미동하려 하지 않는 겨울날,
이성선 시인과 비무장지대
도피안사 철불 찾아가다가
지붕이 날아간
철원공산당사에 들어가 보았다
폭격 맞아 폐허 된 건물
지린내나는 계단을 도는
모퉁이 골방에서, 뼈가 비틀리는 하얀 비명소리
환청처럼 들리던 그날
왜 그렇게 몸이
무겁게 삐그덕거렸는지 모르겠다
당일 찍은 사진에는
낙서가 즐비한 벽면에
오후 햇빛 환하게 머물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저물녘 찬 바람이
검은 파도를 해일처럼 몰고 와
말소리도 굳어버리고
움츠린 걸음걸이도 꼬부라진 채
시동이 걸리지 않던 자동차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포탄처럼 어둠을 꿰뚫는
밤길 달리면서
얼어붙은 외투가 갑옷 같아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쫓기듯 남으로 질주하였다
지금도 가끔 어떤 일이
풀려나가지 않을 때 갑자기
죽은 이성선 시인의 소년같이
해맑은 미소가 떠올랐다 스러지고
헐거워진 몸이
움직여지지 않고 삐거덕거리면
폭격 맞은 철원공산당사의
반쯤 칠 벗겨진 시멘트 계단을 우연히
올라가 보았던 그 날 저녁
검은 파도 타고 소리치는 아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