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 섞인 느린 말씀 중에도
가끔 술잔 바르게 고쳐 놓으면서
땅땅 치던 놋쇠 재떨이를
가까이 끌어당겨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
야단맞는 학생의 자세로
푸른 빛 담배 연기는
구불구불 천정으로 피어올라가고
잘못 털린 담뱃재는
그 분 어깨 너머에
힘없이 쌓였다 부스러졌다
살아 있는 광채가
일몰의 햇살처럼 잔주름 깊은 눈가에서
제 그림자 끌고
당신의 후광 뒤에 거느린 어스름
무엇인가 불빛 너머 찾아보면
그림자 짙어 가는 저녁 발걸음 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분이 살아온 숨가쁜 세월
정지시키려 기침 할 때마다
손 끝에 만져지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생의 나무에서 떨어지는 빈 껍질 아니었을까
평생의 친구 맑은 소주가 작은 잔에
바다처럼 찰랑거려도
떨리는 손 쉽게 멈추지 못하는데
세월을 감아 도는
이야기는 어디서 멈출지 알 수 없어라
마른 눈에 물기 번질 때 역광의
불빛 너머 도사린
늙은 어둠은 어느 틈에
우리들의 오랜 이야기의 속살을
딱딱한 수피(樹皮)로 감싸고
담뱃진 밴 손가락은
망망한 바다에
노란 가랑잎처럼 떠 힘없이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