К книге
Златокрылый жук2 Часть 2부 Странствующим посвящается 유목민을 위하여. 아름다운 손
34%
2 Часть 2부 Странствующим посвящается 유목민을 위하여. 아름다운 손
33

베란다 앞 넓은 공터가 보기 좋아 셋집 정하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아 온 책

백여 상자를

고층으로 끌어 올려 늦여름 이사하고 보니

바로 베란다 밑 한구석에

미처 못 본 폐품 처리장이 있었다

버려야 할 것도 다

추려내지 못한 채

폐품 처리장에서 포자처럼 날아드는

지난 기억들 그저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담배 피워 물고 자세히 보니

멀리 인수봉과 백운대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데

아파트 벽돌담과 폐품 처리장 사이에

조그만 채마밭이 있었다 해질녘 누군가 채마밭에 나와

흙을 고르고 물을 뿌리고 있었다

폐품 처리장의 한 노동자가

찬거리라도 마련할 양으로

가을 배추씨 심고 있었을까

이사 첫날 밤 뒤척이는 마음을

벽돌담 사이

채마밭 일구

그 손이 다독여 주었다

낯선 자리에서 몸 뒤틀던 책들도 그제서야

자리 잡는 것이었다

처음 본 넓은 공터가 아니라

벽돌담 사잇길 조그만 채마밭이

파지처럼 구겨진 마음을

흙 속에 갈무리해 주었다

Предыдущая главаГлава 33 из 97Следующая глав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