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서 H에게
바위산을 오르다 보면
땀방울은 돌멩이처럼 툭툭 떨어지고
밖으로 휘젓는 팔들은
푸른 나뭇가지에 불길을 일으킨다.
바위산을 오르다 보면
서툰 발걸음을 거부하는 날선 바위가
뼈와 살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하늘을 향해 활짝 열린 대지가
심장의 박동을 세찬 북처럼 몰아친다.
바위산을 오르다 보면
거죽 위의 헛된 발걸음들 물리치고
마지막 물기마저
떨쳐버린 바위가
바람의 깃털을 붙잡는다
바위산을 오르다 보면
칼바위 틈에 날아와 싹을 틔운
솔나무 뿌리가 작은 햇살
머금어 애살스런 팔을 흔들어 보인다
바위산을 오르다 보면
거죽 위를 걷는 자들의 무거운 발걸음들은
제 무게를 지상에 벗어버리고
단내 나는 혓바닥을 구부려
빈 계곡의 숨소리를 하늘 높이 들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