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여린 잎사귀가
하얀 거미처럼 바람 타고 기어가는
한여름 벽돌담
바람이 잎사귀 흔들 때마다
담쟁이 붉은 줄기들이
하늘로 깃을 세운다
흙 속의 실뿌리처럼
벽돌담 모래알을 움켜쥔
잎사귀에서 땀방울이 떨어진다
무성하게 자라오른 잎사귀들 끝내
벽돌담 모래알에 깃을 떨구고
반짝이던 고개 숙이며
하늘 향해 작별의 손 흔드는 늦은
여름날 저물녘
나 한때 바다를 향해
팔을 내저어 보았던 어린 날
그 작은 손들이
바람을 찾으려고 이파리를 흔들 때마다
벽돌담은 파도를 불러일으켜
푸른 바다를 향해 깃발을 휘날리고
담쟁이 잎사귀는 벽돌담 너머
다른 세상 몰래 훔쳐보다
깜짝 놀란 아이처럼
초저녁 하늘 숨어 있는 별들을
손가락으로 불러들여
이렇게 숨가쁘게 빛나게 한다